구름과 여자 - 송준영
흰 구름이 떠돈다 물컹한
반죽 덩이 구름이
흐른다 흘러내리는
구름 머리카락의
구름 이마의
구름 입술의
구름의 둔부,
종아리의 발가락의 발톱의
발톱에
매달린 연분홍 반달
실핏줄 끄트머리에
대롱거리는 일 점의
불꽃 아아 나는
떠돈다 빨갛게 달군
관자놀이 불이
떠돈다 불을
먹는다 불을
품는다 불은
안이 안 보인다 불은
밖만
보인다 불은 길이가
없고 불은 깊이가
없고 속절없는 불은
끝없이 떠도는 불은
끝없이 흐르는 불은
가기만 하는 구름은
흘러만 가는 구름은
끝없이 벗기만 하는 구름
일 뿐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