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대의 벽지(僻地) - 손종호
바람은 늘 포구로부터 불어왔다.
거기서는
닿을 수 없는 정적이 홀로 젖어 있다.
자정이면 썰물의 향방에 씻기는
그대 맨발.
어느 지체(肢體)도 떠는 듯싶다.
강약조에 몸을 맡긴 뱃전들의 숙취는
안개 저쪽
어떤 날개를 예비하고 있을까.
온몸을 밝혀 뜬 만월의 때에도
우리는 손톱 밑에 숨겨 둔 죄의 의미를 밝히지 못한다.
꿈, 사랑도 그렇다.
문득 낡은 소매의 어둠이 부리는 어망 안으로
근해(近海)의 눈먼 고기들이 찾아 헤매는 고향.
그것은
최초의 한 가닥 빛이었는가
잠속의 무한 눈물이었는가
바람의 통로를 따라
더 멀고 강한 구름을 쫓는 바닷새들
부러진 돛들, 폭풍의 수많은 바위틈으로 밤새 철석이는 어둠의 이마들.
새벽이면 하얀 소금으로 남는 이여.
쩍쩍 등 갈라진 간조(干潮)의 몸을 일으키면
그때마다 수천 마리 게가 되어
뭍으로 기어오르는 그대 맨발
보라. 단 한번 포구로부터
저 빛나는 거품들의 시원(始原).