슬픔을 주유하고 싶다 - 송유미
차를 몰다가 엔진이 꺼져버리면 어떡하죠
알맞게 슬픔은 마이너스된 세상 슬픔을 주유하는 곳이 있다면
슬픔을 한 트렁크 담아오고 싶어요
언제였던가요 영안실 빈소 앞에서도 눈물 한방울 나오지 않던
사막의 마음, 그 비정함 때문에 간간이 고지대 수돗물처럼
흘러나오던 참으로 비참하던 기억
울고 싶으면 울어야 인간적이죠 그러나 우는 모습을 보이고 싶지 않죠
굳세고 단단한 무쇠여야 살아남을 수 있죠
살아남기 위해 단단히 열쇠를 채워두었던 슬픔의 창고
그 창고를 열고 싶어요
슬픔은 나약한 자의 것, 우울은 가난한 자의 것,
오감이 폐기처분된 세상은 플라스틱 가구처럼 깨끗하죠
깨어지지도 부서지지도 않는 플라스틱 세상 속에
전 마네킹이 되어가죠
아 그리운 슬픔, 아 그리운 그리움
말라버린 나무를 보며 난 생각하죠
슬픔은 얼마나 아름다운 생수인가를
슬픔을 주유하고 싶어요
입안 가득 슬픔의 잎새를 물고 필리리 필리리…
푸르르게 슬퍼지고 싶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