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화의 기술 - 노혜봉
—르네 마그리트 그림을 보며
나는 돌이다
너는 틈이다 돌과 돌 사이에 있다
나는 하루에 돌을 한 개씩 높게 들어올려
쌓아 놓아야만 한다
난 돌과 돌 사이로 번갈아가며
바람소리를 이마받이 하는 일, 그 일이
너무 좋아서 때때로 눈을 감는다
돌과 돌이 맞물려 쓰러지지 않게 쌓느라
난 온몸이 멍투성이다 흙투성이다
언젠가는 커다란 돌덩이를 끌어안은 채
눈 감을 수밖에!
돌과 돌이 서로 머리를 맞대고 서 있는 모습이,
어깨를 겨누고 있는 모습이
얼마나 보기에 좋은지 넌 정말 모를 수밖에,
한겨울 시리우스 별자리 그 과녁에 눈을 맞추고
바람 창문을 내는 일이
나는 참으로 어렵다고 말한다
구름에 가리워 보이지 않는 별,
네 별을 찾는 일이 참으로 아득해
쓸쓸하다란 말은 그냥 혼자서 삼켜버린다고
어렵사리 나는 말한다
이 돌이 어디에서 왔는지
서로 맞물려 있는 글자들은 모른다
이 문장의 속뜻을 모르는,
벌판에 있는 허허로운 성채를
언제 허물어버려야 할지 나는 알지 못한다
조금씩 아주 조금씩 네 어깨에 기대어
발밑 별그림자를 보며
서로 기울고 있다는 것을
온 정신으로 기쁘게 알아차릴 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