달과 밤의 산책 - 강정애
저녁의 입구에 긴 둑길을 열어놓던 날들이 있었다
달의 계절에 일이다
달밤에 방목 된 반짝이는 꽃들
어둠이 가꾸는 화단을 따라 길게 지나가는 달
둥글게 굴러가는 뒤로
꽃잎의 결 따라 어둠의 껍질이 벗겨진다
뭉개진 밤의 왼쪽 부분이 둥글게 부풀어 오른다
웅크리고 있는 것들의 이름에 어둠을 登載(등재)시키고 떨어져 나온 달의 비늘을 모아
손잡고 걸을 수 있는 밤의 산책을 만든다
씨방들은 밤에 부풀고
그것들을 달의 지층이라 부른다
달빛을 길게 늘려 운동화에 묶고 여울을 지나는 물소리를 따라 걷던 밤의 산책
밤새 달을 접고 있는 달맞이꽃잎
바람은 젖은 것들을 데리고
물 주름을 펄럭거리며
둑길을 함께 걷는 동안 내 손을 잡고 있었던가?
달의 손아귀에 구겨진 여름
月曆의 공전을 따라 부풀었다 사라지던 꽃잎의 차고 비워진 자리에
음각으로 새겨진 달의 무늬가 깊고
삼천 육백 개의 혈관을 열어 달빛을 받는 여물지 못한 씨앗들
달의 수로가 궁금하여
빈 꽃대에 두 귀를 걸어놓고 꽃잎 지는 소리를 듣는 밤
빈 쭉정이들이 흔들리는 여름 둑길
꽃대 끝 빈 씨방엔 바람만 비좁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