따뜻한 무덤 - 안차애
긴 혹은 짧은 하루의 마침표를 3분 명상으로 찍는다.
내 명상법은 3분간 열심히 죽는 것이다.
쉬지 않고 죽이는 것이다.
있는 척, 좋은 척, 잘난 척, 끌어안는 척,
웃는 척, 예쁜 척, 안녕한 척, 행복한 척......
하루치의 척들을 아니 적들을 쉬지 않고 죽인다.
고향마을,
집 앞 미나리꽝에 쌓였던 눈빛을 잊은 내가 죽고,
300원 짜 리 삼중당 문고판 책을
언제라도 끼고 살던 소녀를 버린 내가 죽고
적립식펀드 통장과 재개발 아파트 분양권 딱지를
신주처럼 모시고 벌벌 떨며 사는 내가 가까스로 죽고......
祝 사망!
상쾌하게 죽어 넘어진 시체들을 베고 덥고
따뜻한 무덤 속에 들어간다
새 아침,
세 벌 누에처럼 뽀송뽀송 새 살 오른 사람이
둥근 무덤을 가르고 솟아오를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