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리움의 유폐 - 고재종
앞집 은행나무 가지 사이에
빈 까치집만 바라본다고 할까
삭풍에 전신줄만
잉잉 운다고 말할까
겨울 하늘만 空色하다고 말할까
작정한 바 없이 시작했으니
머무는 바 없이 떠났다 할까
쓰잘데기 없는 광고지만 갖다 주는
우체부는 무어라고 말할까
볏짚처럼 삭은 뒷집 할머니는
장작불을 어찌 메우냐고 물을까
마을에 외등 몇 점은 켠다고 할까
質定한 바 없으니 質正 없이
한 시절을 다만 빛냈었다 할까
한 시절의 그리움을 철수시키면
이제 竹爐止室에 댓잎 시린 소리로
죽로차, 죽로차는 끓을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