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부 - 정서영
묵직한 배 한 덩이를 손에 든다
가슴이 손바닥 안 깊게
가라앉은 배의 중심 쪽으로 기운다
평생 비탈을 등지고 살아온 날들
꽃잎이 질 때마다
머리 위에 배꽃 같은 서리가 내렸고
펄럭이는 세상 밖에서 햇빛을 모으며
두엄처럼 늙어온 당신
당신의 고집만큼 안으로 꽉 채워진
배가 무사히 잘 정박해 있습니다
배를 깎는다
젖은 날들이 길게 잘린다
굽이굽이 칼이 지나간 흔적 따라
그가 지켜온 축축한 길 하나 보인다
거기,배꽃 환한 나무 한 구루 걸어가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