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중성 - 강윤순
거울 앞에 피카소 그림 <거울 앞의 여자>가 있다
거울의 그림 속 여자의 왼팔은 왼쪽에 있고
그림 속 거울은 여자의 오른팔을 왼쪽에 두고 있다
그림 속 거울과 여자 사이에는
반대를 위한 반대의 눈들이 깊은 속도로 부화되고 있다
(천장에 있는 빛의 온도는 적당하다)
거짓을 모르는 거울의 심장은 거울 뒤편에 있다
거짓을 모르는 심장은 거울 앞에서는
거울을 가로질러 사물을 반대로 내비치고 있다
그림 속의 여자는 거울 속에 빠져있다
얼굴의 반쪽은 이성으로 형성되고
거울은 그림 속 <거울 앞의 여자>를 지켜보고 있다
얼굴선이 투영화법으로 거울 속에 되비친다
여자의 부분이 오로라로 빛나고
여자의 부분이 예견으로 부풀고
여자의 부분이 거울 보는 사람을 향해있고
여자의 부분이 과일로 익어가고
여자의 부분이 곡선으로 거울 속에 굴러다닌다
그림 속의 여자가 거울 안에 있어도
여자는 거울 밖의 코로 숨을 쉰다
여자가 거울을 싸안고 있어도
거울 속의 여자는 여자 아닌 여자로 있다
피카소는 그림 안의 거울 속에서
여자를 거울로 되살려내고 있는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