회색 지대 - 배인환
사진 속의 그곳은 온통 회색이다
그곳을 그렇게 담아왔다
두 강이 합류하여
휘돌아 바다로 나가는 곳에
나는 자주 간다
갈 때마다 회색이다
어느새 죽음을 상징하는 회색빛을 좋아하게 된 모양이다
하늘과 휘도는 강줄기
산과 평야도
강물이 나른 강바닥의 모래도
물빛도 희미한 회색이다
안개가 자주 끼는 가을
구름은 커튼처럼 햇빛을 차단한다
비가 내리고 있다
눈물같은 비가 내리고 있다
아소산 활화산의 짙은 연기
현기증을 유발하던 유황냄새가 코를 찌른다
지옥의 불길이 아득했다
6.25 때도 그랬다
이곳에 오기만 하면 떠오르는 것들
아우라지 맑은 물도
한탄강 푸른 강물도
그곳에 오면 흙빛이 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