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람의 뜨개질 - 장현숙
늘어진 버드나무 가지에 막 돋아난 잎사귀
보푸라기 일어난 실 같다
노을이 강물에 몸 던지는 시간
황금빛 실로 바람이 뜨개질을 시작한다
물결화선지 위에 수묵화로 번지는 산 그림자
직선으로 곡선으로 짜 넣고 있다
물고기들이 강물건반을 콩콩 뛰어다닌다
건반 위를 숨차게 뛰어
사분음표 이분음표를 그려 놓는다
바람은 한 점의 획도 놓칠세라
조심스럽게 무늬로 짜 넣고 있다
풀들이 수줍은 듯 몸을 흔들고 있는 건
조용히 발걸음 옮겼을 선율 때문
파닥거리며 흐르고 있는 음률 위로
마른 갈대가 흔들린다
마지막 붉은 노을이 사력을 다해
제몸을 밀며 내게 왔다
남루한 붉은 색은
그대 뒷모습을 안은 채 왔으므로
가끔 파르르 떨기도 하는 것이다
이제 가만히 저녁 어스름이
빗방울처럼 내 속에서 뛰는 것을 바라본다
짧은 순간 스러져 가는 것들
코를 지어 짜고 있을 바람에게
바래가는 기억의 한 끝을 부탁해 본다
이 저녁 바람이 짜 놓은 버드나무 스웨터를
버들잎 우표를 붙여 그대에게 보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