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시간을 추모하며 - 이문연
바람을 가르던 추위도 바스랑대던 낙엽들도
길 위에 부딪히는 모든 시간들은 서로 부대끼며
간다, 울며 절규하던 시간들과 자폐로 꽁꽁 묶인 역을 지나
어둠속에 동공을 늘리며 가파른 산등성이를 넘어
“난 말야 낮달 보다도 작은 좀생이야
촘촘히 박힌 지구의 다이아몬드도
북극과 남극을 가로지르는 꼬치 하나
제대로 챙기지 못하는...“
점점 멀어지는 시계를 느끼며 뿌연 안개 속으로
세월을 구부리며 졸고 있는 거리의 가로등과
쏟아지는 달빛에 아려오는 시간들을 뒤로 하고
“엊그제만 해도 그래요
서녁으로 지는 무지개가.
그대를 향해 무슨 비애를 던졌기에
활공하는 새때들도 연이어 자취를 감추었는지...”
얼떨떨한 취기에 방황하는 홍등가의 일몰처럼
요염한 여인네의 끊어질 듯한 교성처럼
매일 반복되는 일상의 나태함과
불 보듯 뻔한 공포와 불안을 뒤로 하고
간다,
움직이는 피사체를 맹목으로 추적하던 지난 시간을 추모하며
붉은 행성의 고리가 불꽃처럼 안내하는 길을 따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