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나 때문에 울었다 - 김은경
등 뒤에서 누군가 내 이름을 부르는
그 짧은 순간에
새들이 날개를 털며
그 날의, 저문 하늘 끝을 날았다
아픈 노을 위로 날아오르던
검은 고무줄의 탄성
누군가 가창오리라고 말할 때의
낮은 음성에서 스며 나오던 슬픔이
이제야 내 목을 타고 올라오는 것인가
소사나무 이파리가 꾹 내 눈을 찔렀다
왜 철새들은 떠난 뒤에
날개를 털고 날아오르는 것인가
왜 슬픔은 떠난 뒤에, 또
슬그머니 기어와 아문자리 위에
스윽 상처를 덧내고 가는 것인가
쓸쓸함이 번지고 오래 미세한 떨림이 일었다
그러나 이런 것들이 더 이상
새의 날갯짓만을 얘기하는 것은 아니다
그것은 내 이름에서 묻어 나오는 것이다
안 잊혀지는 것들이 있다
나는 너무 늦게 내 이름을 불러 주었다
거기에 있었다
한동안을 날마다 마음을 베어놓는 슬픔은
등 뒤에서, 다시
누군가 내 이름을 불렀을 때
철새들이 저문 하늘을 아득히 날아오르고
나는 돌아볼 수 없었다
찔린 눈을 비비며 나는 건널목을 건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