근황 이후 - 이섬
요즈음 흙과 노는 재미에 푹 빠져있다
봄비가 촉촉이 내리는 날
목젖을 씰룩거리며 꿀떡꿀떡 단비를
빨아대는 흙의 모습은
볼때기라도 한줌 꼬집어주고 싶도록 귀엽다
포실포실 분가루 날리는 엉덩이도 예쁘고
쌔근거리는 숨소리도 예쁘고
단내가 베어있는 불그레한 귓부리도 예쁘다
저에게 조금만 관심을 보이고 예뻐해 주면
좋아라 방실거리며
더 실한 것 더 좋은 것으로 되돌려 주고 싶어하는
의젓하고 대견한 녀석
은혜도 사랑도 입 싹 닦고 고개 돌리면
그만인 세상에
은혜를 은혜로 아는 정직한 녀석
가꾸고 꾸미지 않은 나를
땀으로 얼룩진 나를 더 좋아하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