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기서부터는 - 홍윤숙
여기서부터는 아무도 동행할 수 없다
보던 책 덮어놓고 안경도 전화도
신용카드도 종이 한 장 들고 갈 수 없는
수십 억 광년의 멀고먼 여정
무거운 몸으로는 갈 수 없어
마음 하나 가볍게 몸은 두고 떠나야 한다
천체의 별, 별 중의 가장 작은 별을 향해
나르며 돌아보며 아득히 두고 온
옛집의 감나무 가지 끝에
무시로 맴도는 바람이 되고
눈마다 움트는 이른 봄 새순이 되어
그리운 것들의 가슴 적시고
그 창에 비치는 별이 되기를
-시집 <쓸쓸함을 위하여>(문학동네)에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