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다로 간 내 애인들 - 김상미
내 애인들은 모두 죽었다
캄캄한 하늘에 아주 높이, 아주 멀리로 오줌발을 갈겨대던
내 애인들은 모두 죽었다
나는 애인 없이 아픈 배를 타고 바다로 간다
아무리 노력해도 살릴 수 없는 내 애인들아
사랑에는 더 높고 더 낮은 자리가 없다는데
나는 너희들을 너무 높은 자리로, 너무 높은 자리에만 앉혔던 것 같다
단 한 번의 실수로 너무 높은 자리에서 너무 낮은 자리로 떨어진 너희들은
그 때문에 모두 산산조각 나 모두 죽어버렸다
미안하다, 내 애인들아
나는 너희들을 내 자궁처럼 푸른 바다에 묻기 위해 바다로 간다
너희들이 하늘로 쏘아올린 오줌발에서 떨어진 눈물방울들이
싱싱한 물고기가 되어 헤엄쳐 다니는 푸른 바다
이 지상에서 내가 천상인 듯 여기는 유일한 바다
그곳에다 너희들을 묻기 위해 바다로 간다
사랑을 사랑할 줄밖에 몰랐던 찢어진 내 가슴에
너희들의 이름이 새겨진 비늘을 입혀 다오
나는 이제 모든 하소연도 버리고 입에 문 칼도 버렸다
그토록 아끼던 뜨거운 키스도, 서쪽 달과 하나 되어 격렬했던 밤도 버렸다
너무나도 오래 운 애끓는 행복한 날들도 모두 버렸다
그러니 너희들이 짜고 버린 내 불행은 더 이상 내가 아니다
드넓은 바다 위에 너희들을 묻으며 나는 나에게로 귀향한다
광야에서 소리치는 사람처럼 외로웠던 내 사랑이여,
죽어서도 펄펄 뛰며 아무런 흔적 남기지 않으려 애쓰지 마라
사랑의 폭군, 비애의 전리품들은 어차피
어제도 죽고, 오늘도 죽고, 내일도 죽을 하얗게 바랜 뼛조각들
더 이상 아무것도 지배하지 못한다
그러니 잘 가라, 내 애인들이여, 그동안 정말, 너무나도 고마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