알쏭달쏭 별별 이야기 - 안현미
파멸과 죽음을 물어다 주는 새 부엉이
풍향계가 가리킬 수 없는 방향으로 불어 간 바람
양, 황소, 쌍둥이, 게, 사자, 처녀……
별의 사용 부족으로 치매를 앓고 있는 천문학자가
2단 구구단처럼 외우는 황도 12궁
그때 천문학자의 눈가에서 별처럼 빛나던 물
봄의 대곡선, 여름의 대삼각형
가을의 사각형, 겨울의 다이아몬드
어느 날 불현듯 별을 좇아 수학을 버린 수학자가
아득한 밤하늘에 그리는 별들의 지도 위의 보이지 않는 꼭짓점들
그때 물병을 안고 등장하는 처녀
반인반수(半人半獸)를 사랑한 처녀
울다 잠든 천문학자의 얼굴을 물병자리 별처럼 바라보는
마법처럼, 찰박찰박 물소리를 음악처럼 연주하는
죽음은 없답니다 죽음은 껍데기를 벗는 일에 불과하지요
쿨룽 라마의 잠언을 詩처럼 읊는
전생에는 별들의 궤적을 짚으며 여러 生을 占치던
꼬끼오! 아침이면 닭의 모가지를 치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