빛의 사서함 - 박라연
빛을 열어보려고
허공을 긁어대는 손톱들
저 무수한 손가락들을 모른 척
오늘만은
온 세상의 햇빛을 수련네로
몰아주려는 듯
휘청, 물 한 채가 흔들렸다
헛것을 본 것처럼 놀라
금방 핀 제 꽃송이를 툭 건드리는데
받은 정을 갚으려고 빛으로 붐비는
다이애나 妃와 오드리 햅번까지
활짝 눈을 떴다
팔뚝만 한 쇳덩이가 바늘이
될 때까지 불덩이에 얹혀살다가
불의 그림자로 바느질한 빛의 사서함
그녀들의 사서함이 代 끊긴 수련들을
붉고 노란 웃음소리로 불러냈을까
깊은 울음만이 진창으로 흘러들어가
붉고 노랗게 웃을 수 있는 것일까
생각하는 사이에
수련이 또 수없이 피어났다
잘 익은 근심들을 붉고 노란 웃음소리로
뽑아내듯