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처는 여전히 붉다 - 정용화
나는 그 새 이름을 알지 못한다
깃털만 만져도 가슴에
상처 하나씩 갖게 된다는
그 새는 내 입 안 깊은 동굴 속에 살다가
무심코 입을 벌리자
기어이 세상 밖으로 빠져 나왔다
새가 빠져나간 자리, 허공이 자꾸 아프다
햇빛의 온기가 남아있는 돌 위에서
새는 아까부터 견고한 비밀을 쪼아대고 있다
저녁은 어두워지게 내버려두고
오래도록 물어뜯는 것에 집중하고 있다
처음엔 그저 작게만 보였던 새
걷는 것이 전부인 듯 보이더니 날개가 생겼다
날카로운 발톱이 생기고
부리가 점점 커져 닥치는 대로 먹어 치웠다
어둠도 가둘 수 없는 새가 날아간다
무엇으로도 저 새를 잡을 수 없다
새가 날아간 자리
두고 간 소문만 무성하고
노을 너머 상처는 여전히 붉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