숨쉬는 어둠 - 이경임
- 요나에게 2
1
알전구 하나 켜지지 않은
세기말의 지루한 터널 속을
거대한 물고기의 검은 내장 속을
나는 터벅터벅 걸어간다
이곳 어딘가에도 출구가 있을까
때로 어둠의 하품 소리와 함께
가는 빛살들의 춤과
바람이 살포하는 바다새의 날개 소리가 들린다
어둠 속 물고기의 뼈들은
고사목처럼 황량하다
한때 이 끈적끈적한 유선형의 어둠은
날카로운 가시들의 숲이었으리
검붉은 어둠의 벽을 더듬을 때마다
다족류의 슬픔들이 우우 발을 뻗는다
끊임없이 나를 탐하며
어둠의 벽에 비릿한 슬픔의 문신을 새긴다
아, 나는 정교하게 얽혀 있는
이 어둠으로부터 폐기되고 싶다
2
구부러진 길을 따라
내 욕망의 세포들이 표류한다
보이지 않는 촉수를 향해
절망의 촉수들을 일제히 곤두세우며
꿈의 부표들을 더듬거린다
무엇일까 나의 몸에서 발산되는
이 야광의 두려움은
다시 어둠의 하품소리가 들린다
나는 끊임없이 발작한다
발작할 때마다 내 안에 켜지는
희미한 빛의 목소리
어둠 속에서 나는
간신히 숨을 쉬기 시작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