꼬리명주나비를 풀다 - 김정미
어머니는 보푸라기 일어난 내 스웨터를 풀고 있다
꼬리명주나비 앞날개가 풀어지고
뒷날개 죽지가 당겨지자
수태낭에서 톡 톡 알이 굴러 떨어진다.
양손은 알록달록한 털실에 감겨
애벌레처럼 살이 오른다.
꾸벅꾸벅 졸다 놓친 실 꾸러미는
탯줄처럼 풀려
어머니 치마 속으로 들어가고
꼬리명주나비 한 마리
치맛자락을 나풀거리며 날아오른다.
바람꽃 흩뿌려진 묘혈을 따라가다
우연히 만난, 날다람쥐는
겁 많은 눈알을 데굴데굴 굴리며
겨울나무 속으로 들어간다.
나이테는 비좁아
이리저리 부대고 쓸리다 깨어보면
하얀 보푸라기가 밥알처럼 일어난다.
벽오동나무 검지 끝에
벙어리장갑이 걸려 있다
장갑 속에 손을 넣으면
정처럼 풀려 나오는
어
머
니
어
머
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