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린 라마승이 묻는다 - 김금용
해질녘 바닷가에서 낚아올린 은빛 물고기,
등줄기에 시퍼런 한 갈래 줄기 그은
노을 받아 붉은 연지빛으로 타는
팔닥이다 등뼈 곤두세우며 죽음과 눈 맞추는
혼절하는 눈부심
어린 라마승은 묻는다, 죽음은 어디로부터 오는 것입니까
땅 끝에 서면 파도가 흰
가시 성성한 엉컹퀴꽃을 목에 감는다
삶은 늘 벼랑으로 밀려오는 파도지만
빛도 색채도 실체도 없다
소리도 한 순간 코끼리 발에 짓눌린다
죽음은 길의 일부, 과정일 뿐 목적지가 아닐 것이다
눈을 감으면 푸른 빛이 떠돈다
빛은 환영을 만나고
환영은 빛을 투영하고
사십팔 명의 평화의 신과 마주치고
오십팔 명의 분노의 신을 지나 죽음에로 간다
어린 라마승이 묻는다, 죽음을 건너면 무엇이 있습니까
보이는 것이 보이지 않는 것을 밟고 지나간다
들리는 온갖 소리가 들리지 않는 소리를 밟고 지나간다
땅 끝까지 거침없이 달려나가는
천 가지 모양, 천 가지 소리의 파도
가슴에 천 가지 빙하를 품고 뛰어드는 은빛 물고기
죽음은 길의 일부, 과정일 뿐 목적지가 아닐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