잠긴 문 - 백우선
1
엄마와 아빠가 문 잠그고 일나간 뒤
지하 단칸 셋방에 갇혀 놀다 불이 나
그만 질식해 숨지고 만
다섯 살과 네 살짜리
권혜영과 용철 오뉘
"엄마, 잘못했어요
다시는 인형 사 달라고 하지 않을 게요
칼 갖고 장난하지 않을 게
다시는 성냥불 장난하지 않을 게
문 잠그고 가지마"
2
세상도 다 잠겨 있단다
맑고 밝은 곳은 갈 수가 없어
지하에서 지하로만 다녀
어두운 곳에서 어두운 곳으로만
축축한 곳에서 축축한 곳으로만
먼지 나는 곳에서 먼지 나는 곳으로만
시끄러운 곳에서 시끄러운 곳으로만
다녀
세상이 문 잠그고 나 몰라라 놀러간 뒤
가슴이 텅텅 비어 빈 곳이 너무 많아 허둥대며 다니는데
가난이 불을 질러 애들을 태웠어라
가슴까지 활활 태우고 말았어라
가슴문 못 열어 다 타고 말았어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