야야 바람이 분다 - 송반달
길은 아득하였다
산마루 닳으며 점점 어스름 속으로 걸어갔다
물집 부르튼 발을 빠지며 서해의 물결을 지났다
허리 아프게 거친 파도의 검은 잔등에서 내렸다, 싶었는데
더 조급해진 바람이었다
야야, 바람이면 어떠냐
수양버들이 돌아왔다 옛생각으로
물구나무선 시계추가 통벼 된 회귀의 나무로 내려섰다
다리 아픈 땅을 버리고 떠나, 붕 뜬
허공을 다투어 차지했던 가지들
평생 위쪽만 가리켜 온 손끝을 축 내려뜨기가 참 멋쩍었는데
가지가 바람을 맞았든 바람이 가지를 맞았든
야야, 어떠면 어떠냐
산전수전에 우산 살대 같은 앙상한 팔을 흥겹게 흔들어라
내쫓으면 되돌아오는 고무줄 같은 머슴처럼
허허벌판까지 끌러갔다가 돌아온 가지들이 정신없이 흔들렸다
왔다리 갔다리, 모가지 늘여 뺀 미련의 시계추를 골치 아프게
흔든 세월, 지난날을 생각하면 아득하였다
그 아득한 길로 허수아비를 배웅한
허허벌판이 후련하게
야야, 바람이 분다 바람이 분다,야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