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막沙漠 詩論 - 이영춘
모 술자리에서
시의 정상을 걷고 있는 한 시인이 말한다
술로 詩의 말을 한다
장자에 물고기가 나오는데
물고기들이 조그만 물웅덩이에서 팔짝팔짝
물 튀기며 놀지만
큰 물고기는 더 큰 물을 향해 날아간다고 하네
그게‘붕鵬’이라네
어렸을 때 고무줄놀이를 참 많이 했는데
고무줄 밑에서만 깡충깡충 뛰어선 안 된다네
장대 높이뛰기를 해야 한다네
높은 장대를 뛰어 넘어야 한다네
춘천에는 물이 참 많은데
물이 많지만 물속에서, 웅덩이 속에서만 놀아선 안 된다네
사막을 가야한다네, 물없는 사막을---
나, 최수철, 이승훈 시인은 사막을 걷고 또 걸었다네
물속에서 놀지 않았다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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옆에 있던 소설가가 제자의 책 낼 곳을 부탁한다
시인은 대답이 없다, 또 부탁한다, 또 말이 없다
세 번째 말에 이르러 砂漠 시인은 다시 말한다
카잔 차 키스의 말처럼 아직 채 부화되지 않은 새의 날개를
호호 불어서 날게 할 수는 있네
허지만, 얼마 날지도 못하고 금방 떨어져 죽고 마네
내가 너를 호호 불어서 날게 할 수는 있지만
떨어져 죽을 줄 뻔히 알면서 내가 왜 그 짓을 해야 하는가
죽게 할 수는 없네, 난 그런 짓 못 하네, 아니, 안 하네
좌중에 있던 시인, 작가들, 질겅질겅 오징어를 씹으며 끄덕끄덕---
동석했던 그 제자, 네, 네, 알겠습니다로 주억거리고---
먼동이 터 오듯
한 권의 시론을 다 읽고 나니
붉은 빛 한 줄기 내 머리통을 세차게 때리고 달아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