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둠의 경로 - 원구식
희망은, 늘, 이곳을 통해 왔다.
어둠의 불법체류자들이 푸른 당나귀를 타고
무한공유를 꿈꾸는 이곳, 나무가 어두운 땅에 뿌리를 박듯
삶의 젖줄을 시간의 검은 구멍 속에 뿌리밖지
않은 자가 과연 누구더냐. 어쩌자고 너는
나 같은 디지털 폐인을 사랑한 것이냐.
밤이 깊었다. 아름다운 너는 이유를 묻지 말고
집으로 돌아가라. 자폐의 기관차가 수증기를 뿜으며
내 앞을 가로막고 있지 않느냐. 내가 저 놈의 멱을 딸 것이다.
언젠간 강호의 고수가 되어 천하를 호령할
그날을 꿈구는 게 아니다. 나는 그저
원초적 내공을 쌓을 뿐. 어둠의 경로여,
시간의 검은 구명이여. 때마침, 푸른 당나귀가 희망이라는
이름의 지독한 바이러스를 보내왔으니,
내 이제 절망으로 썩어문드러진 대명천지 밝은 세상을
뒤집어 버려야 하지 않겠느냐, 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