붉은 영혼을 마시다 - 정서영
마른 장미 꽃봉오리 하나
커피 잔 뜨거운 물 위에 띄운다
(괞찮아,일어나봐)
(괞찮아,일어나봐)
깨어나지 않는 너를 향해
중얼거려 보지만
이미 오래 전 햇빛의 기억을
잊은 듯 누워있다
나는 너를 찾으려 수증기 속으로 들어간다
너의 체취를 더듬으며 심호흡을 해본다
아주 천천히 너는 깨어나고 우리는 한몸이 된다
가시는 어디에도 보이지 않는
다만 뜨거웠던 한 시절이 다시 후끈
내 안에서 피어오른다.
가만히 너를 들여다 본다
중심을 바로 잡으니 더욱 아름답다
어찌 됐든,우리는 인연이고
네가 토해낸 붉은 영혼을 마시며
나도 너를 닮아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