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내와 다툰 날 밤 - 복효근
새로 얻은 전셋집 마당엔
편지 대신 들꽃씨가 자주 날아와 앉았지
봄 내내 우린
싸움닭처럼 다투었고 그런 날이면
마당귀 가득 달맞이꽃이 피었지
전세값이 삼백이나 더 오른 날 밤도
달은 뜨고 달맞이꽃은 피었지
하많은 날 수많은 꽃들이 피었다 져도
세상은 아직 그렇게 아름다워지지 않았으므로
밤이 되어
어둠이 세상을 온통 지워버려도
지워지지 않는 아픔과 그 아픔으로
깨어있는 들꽃 같은 우리네 소망
그리고 아직은
가슴 가득 정정한 그리움도 있어
별이 어두울수록 빛나듯
달 없는 밤에도 꽃은 피는지
우리 긴긴 싸움의 나날
아내여, 귀 기울여봐
온갖 것 다 놓아버리고 싶은 밤이면
어둠 가득한 마당귀에
귀 기울여 들어봐
아아, 달맞이꽃 터지는 소리 들어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