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막의 꽃 - 김신영
상처를 잊은 지 오래
너를 잊은 지 오래
네가 사막의 바람을 맞다
사라진 시간보다 더 오래
오늘을 기다려 왔다
드디어 폭풍이 밀려온다
나는 그저 모래바람이 실어오는 폭우를
너를 잊어버린 내 가슴구멍에
하늘 가득 퍼 놓으면 된다
삼천일*을 거침없이 기다렸다
언제 다시 태풍처럼 불어 닥치는
이 거센 바람을 만날지 모른다
나는 젖은 모래 속에
황급히 뿌리를 내리고
싹을 틔우고 일주일이 채 되기도 전에
재빠르게 꽃대궁을 밀어 올렸다.
일주일이면 충분하다.
일곱째 날이면 마른 바람을 맞으며
다시 씨로 돌아가
언젠가 오늘이 되기까지
나의 나됨을 지우고
너의 기억조차 모래 속에 묻어 버리고
사막의 비바람을 기다릴 수 있다
시간 속에 나를 묻고
한차례 폭우가 몰고 올 환희의 그 날을
그 언젠가 꽃이 되는 일주일을
쓸쓸한 지 오래도록
오롯이
기다릴 수 있다
*8년 80일의 나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