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랑에 대한 몽상 - 고재종
내가 가보지 않은 뉴질랜드 숲은 밤 내내
짝을 부르며 우는 올빼미앵무로 뒤척인다
검은 고요가 콜타르처럼 엉겨붙어
성냥알만 대어도 확 일 것 같은데 어떤 놈은
인근 바닷가에서 죽은 갈매기를 물고와
屍姦을 감행하는 경우도 있는 것이다
네 마음을 얻으려고 늘 언어를 혹사했으나
네 마음을 호출하는 호출부호를 마침내 얻어서
네게 가보면 너는 이미 거기 없던 것처럼
밤 내내 우는 올빼미앵무, 끝내 짝을 짓지 못한다
숲의 땅바닥에 사는 까닭에 곧잘 잡혀 먹혀
씨가 마를 정도로 개체 수가 준 탓이라고 하는 건
검은 몰약으로 밤을 닦는 숲의 말이 아니다
결코 파고 들어갈 수 없는 어둠이라고 하지 않고
지상을 울울창창 덮는 나무들과
正金片 같은 별들을 보여주는 숲의
끔찍한 마술, 그에 대한 최초의 오해가
너를 향한 나의 언어를 갈고 닦게 했지만
너는 늘 거기에 없었다, 내가 얻은 호출부호론
똑같은 바다를 두 번 다시 열 수 없을 뿐
우주를 가로질러 세 걸음을 딛어 우주를 확장한
비슈누, 그의 마지막 세 번째 걸음처럼
너는 나의 시야를 벗어나고, 되레 그 벗어남이
내가 가보지 않은 어느 숲에서라도
애초에 없는 짝을 부르는 올빼미앵무처럼
애초에 없는 너를 더욱 열렬히 확장케 하는
나의 눈뜬 맹목 속에 나는 다만 존재하는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