타관(他關)의 햇살 - 홍윤숙
석양(夕陽)이
먼 곳에서 혼자 돌아오고 있다.
우리는 아직 객지(客地)에 있고
며칠이면 귀향(歸鄕)의 낡은 마차(馬車)가
이 마을 어귀에 도착할 것이다.
그리고 제일 먼저
여관(旅館) 뜰에 버려진 여름의 잔해(殘骸)를
실어낼 것이다.
잠잠히 떨고 섰는 안개 속의
저것을…….
그것들은 조금씩 떨며 밤을 기다리고
우리는 한 철 열어 놓은
장원(莊園)의 문(門)에
무거운 빗장을 꽂으려 내려간다.
후회와 불안(不安)의 긴 그림자를 끌고.
이윽고 깊은 어둠 속에
우리가 지새던
덧없는 타관(他關)의 여름 날을 버려두고
귀향(歸鄕)의 낡은 마차(馬車)는 떠나리라.
겨울 해 떨어진
어디라 이름할 수 없는 고향의 정거장(停車場)에서
우리는 비로소 영원(永遠)을 향해
길고 긴 편지를 쓰리라, 대답없는 편지를.
유리관(棺) 같은 진공(眞空)의 하늘 아래
무겁게 가라앉은 생명의 실체(實體)
그 차디찬 실존(實存)의 층계(層階)를 내려가리라.
그리고 최후로 보리라
자연(自然)의 과실(果實)은 땅으로 가는 것을.
석양(夕陽)이
먼 곳에서 혼자 돌아오고 있다.
우리는 아직 객지(客地)에 있고
며칠이면 귀향(歸鄕)의 저녁 마차(馬車)가
이 마을 어귀에 도착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