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계령 남쪽 점봉산에서 바라본 풍경...
구름바다 뒤쪽 봉우리는 설악산 대청봉이구요..
구름바다 아래는 한계령이....
한계령에서 1
    詩 : 정덕수
온종일 서북주릉(西北紬綾)을 헤매며 걸어왔다. 
안개구름에 길을 잃고  안개구름에 흠씬 젖어 
오늘, 하루가 아니라 내 일생 고스란히 
천지창조 전의 혼돈 혼돈 중에 헤메일지. 
삼만육천오백날을 딛고 완숙한 늙음을 맞이하였을 때 
절망과 체념 사이에 희망이 존재한다면 
담배 연기빛 푸른 별은 돋을까 
저 산은, 
추억이 아파 우는 내게 
울지 마라 
울지 마라 하고 
발 아래 
상처 아린 옛 이야기로 
눈물 젖은 계곡 
아, 
그러나 한 줄기 
바람처럼 살다 가고파 
이 산 
저 산 눈물 
구름 몰고 다니는 
떠도는 바람처럼 
저 산은, 
구름인 양 떠도는 내게 
잊으라 
잊어버리라 하고 
홀로 늙으시는 아버지 
지친 한숨 빗물 되어 
빈 가슴을 쓸어 내리네 
아, 
그러나 한 줄기 
바람처럼 살다 가고파 
이 산 
저 산 눈물 
구름 몰고 다니는 
떠도는 바람처럼 
온종일 헤메던 중에 가시덤불에 찢겼나 보다 
팔목과 다리에서는 피가 흘러 
빗물 젖은 옷자락에 
피나무 잎새 번진 불길처럼 
깊이를 알 수 없는 애증(愛憎)의 꽃으로 핀다 
찬 빗속 
꽁초처럼 비틀어진 풀포기 사이 하얀 구절초 
열 한 살 작은 아이가 
무서움에 도망치듯 총총이 걸어가던 
굽이 많은 길 
아스라한 추억 부수며 
관광버스가 지나친다. 
저 산은 
젖은 담배 태우는 내게 
내려가라 
이제는 내려가라 하고 
서북주릉 휘몰아온 바람 
함성 되어 지친 내 어깨를 떠미네 
아, 
그러나 한 줄기 
바람처럼 살다 가고파 
이 산, 
저 산 눈물 
구름 몰고 다니는 
떠도는 바람처럼 
1981년 10월 3일 한계령에서 고향 오색을 보며
***** 윤영환님에 의해서 게시물 이동되었습니다 (2010-02-23 15:3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