꽃과 종(鐘) - 김동호
쥱
애숨은 바람이 유채밭 차려놓고
구중궁궐 절벽에 새가 운다.
땅 속에 흐르는 물이 사랑이란다
하늘에 나르는 바람이 사랑이란다.
풀잎에 맺히는 이슬이 사랑이란다.
사랑이 아니면 죽음을 달라
쥲
가시가 박혀, 슬픈 가시가 박혀
뽑을수록 깊이 들어가는 가시가 박혀
내 손으론 도저히 뽑을 길이 없어
당신의 손 불러다가
꿈에 뽑았더니
아침에 일어나 보니 배로 늘어나 있네
가슴 한복판 불덩이엔 惡寒이 일고
먼, 먼 말씀
당신이 와서 직접 뽑아주지 않고는
영 영 가망이 없다는.
쥳
진달래꽃 만발하게 숨은 잔솔밭 사이
외로운 오솔길이 미웠다.
달빛 혼자 춤추는 뜨거운 제방
쑥내 나는 잔디가 몹시도 미웠다.
강물마저 흔들리는 실버들 사이
파아란 하늘을 창이 나도록 쥐어뜯고 싶었다.
쥵
비가 오면 보고싶구나
구름이 끼면 보고싶구나
바람이 세차면 보고싶구나
눈이 하얗게 세상을 덮으면 정말 보고싶구나
날씨 좋을 때보다
날씨 나쁠 때 더 더욱 보고싶구나
쥶
火魔가 집을 삼킬 때도
우리는 달빛으로 있었다
포탄이 일가족 몰살시킬 때도
우리는 꽃씨로 있었다.
캄캄한 토옥 속에서도
우리는 햇빛으로 햇빛으로만 있었다.
쥷
땅 속으로 땅 속으로
태산을 넘어
바위窓 무쇠 유리 산산히 밟고
토옥 속 뛰어드는
不死의 정령들
마침내 뜨거운 지하수를 길어
善花공주 눈물에 입을 마추네
쥸
하늘 무너져도
하늘 무너지지 않아요.
하늘 이제
우리
속에 있으니까요.
쥹
당신의 두 눈에 달이 뜨면
넘치는 이 바다 한복판 헤집고
일어나는
불덩이
아─ 이
햇덩이
쥺
만나고 만나고 온종일 만나고도
하나도 만난 것이 없어
밤으로 긴 한낮
밤새워 또 만나다가
뜨거운 이슬 내리는 새벽
흥건한 꿈 속으로 다시 잇는 만남일세
쥻
종이 하늘을 향해 일곱 색으로 울면
그것은 꽃이다.
꽃이 땅을 향해 하나로 울면
그것은 종이다.
종과 꽃이 결혼을 하면
그것은 하늘이다. 아─
우리의 하늘이다.
쥽
이 겨울이 춥다구요?
모르시는 말씀
하늘이 준 난로, 우리 속에 늘 있고
그 난로 조용히 조용히 닳아오를 땐
오월의 들판, 타오르는데
춥긴 왜 춥겠어요.
쥾
동에서 떠서 서로 지던 달이
가슴으로 나려와 子宮에 머르렀다.
달빛이 유심히 아프던 어느날
계수나무 가지가 찢어지면서 땅이 석류알로 뻐개졌다.
그리고 그 속에서 달덩이가 와─ 하고 울었다.
용이 구름속으로 머리를 감추는 동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