눈을 맞으며 - 유안진
거꾸로 살고 싶다
잿가루 날리는 이 가슴으로서도
눈발 속에서는 아이가 되고 싶다
시골 국민학교 운동횟날같이
만국기가 나부끼는 소리로
웃어대는 아이들
나는 그애들이 만든 대견스런 눈사람
기우뚱 서서 무엇을 꿈꿀까?
연분홍 복사꽃빛 아득한 사랑얘기
진자주 모란꽃의 피톨 튀던 그 사연들
어디를 헤매이다 하얗게 늙어서 돌아오는 눈발 속에
백 원짜리 동전같이 사탕같이
은하를 따라가다 길 잃은 별이 되어
두눈 글썽이는 아이가 되고 싶다
비탈길도 평지같이 별사탕같이
은하를 따라가다 길 잃은 별이 되어
두눈 글썽이는 아이가 되고 싶다
비탈길도 평기같이 타달타달 걷는 아이
훌쩍이며 혼자서 돌뿌리를차고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