꼬르도바에서 - 스페인 기헹3
하얀 집들이 흐드러지게 피어있는 꼬르도바
골목마다 집집마다 벽에 빨간 제라늄이 걸려있고
傳說의 천년 우물이 있네
문을 열면 문, 문을 열면 또 문, 마치 이슬람 여인이 몸을 싸듯
몇 겹의 담으로 둘러싸인 그 너머에 우물은 꼭 닫혀 있네
뚜껑을 열자 까마득한 저 아래 천년 우물
헤라*가 가는 길은 좁은길 유태인의 길
제단을 쌓듯 하루를 두 손에 받쳐들고 주인 나으리 앞에 서면
눈과 눈 가고 오고, 하루를 받쳐들고 서면 가슴과 가슴 가고 오고
밥상 들고 그 앞에 서면 서로가 서로의 밥이 되고 싶은 나날들을
딛고 올라선 계단 위에 천년 우물
오직 헤라에게만 솟아나는 눈빛 속 달디단 우물
까마득한 저 계단 위에 보일듯 말듯 찰랑거리고 있었네
무엇으로 퍼오나
가슴은 불을 지피는데, 바라보며 마실 수 없는 우물이기에
목은 더욱 타오르고 그늘 한 줌 없는 마른 하늘
투명 렌즈로 그의 가슴을 따 담고 저 우물 속으로 뚝 떨어간
피흘리는 제라늄 꽃
*헤라: 귀족과 이룰수 없는 사랑, 죽음을 택한 유대인 하녀 이름 .
죽은 헤라의 목을 그 어머니가 걸어둔 귀족 창 밑에서 피어난 꽃이
"제라늄"이라함 .
詩/전순영