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자의 풍선 - 오자영
내 몸에 알록달록 풍선이 살고 있어요
풍선 속을 가득 채운 심장 모양의 푸른 바람을
나는 ‘그’라고 부르며
가끔 등에 태우고 둥둥 떠다니기도 하지요
둘의 호흡이 달처럼 둥글게 부풀어 올랐던
절정의 꼭대기에서
싱싱한 나무가 급사하는 것을 목격한 후
내 고운 풍선들도 그 비슷한 소멸, 아니면 죽음을
눈앞에 두고 있다는 것을 감지했어요
팽창의 한계점에서 존재를 확인하는 순간, 펑
새벽이 어둠을 밀쳐내고 또다시
거대한 풍선을 안아 올릴 때까지
웅크린 내 몸 구석구석에서 새는 바람 소리
편두통처럼 아리게 들려왔어요
즐거운 나의 집
왁자지껄한 일상에 매달려 아찔하게 흔들릴 때도
아이들은 손뼉 치며 환호성을 질러댔고
개 발자국에 밟혀 사라진 보랏빛 환상이며
애당초 불량으로 태어나 버림받은 회색빛 가슴까지
몸 가득 알슬기했던 팽팽한 풍선은
손 뻗어 꺼내기도 전에 사라져가고 있었어요
허공에서 발버둥치는 텅 빈 무게
알알한 합성고무냄새가 집안 가득 차기 시작했어요
물렁물렁하게 잡히는 비닐거죽, 바람도 느낄 수 없어
단단하고 선명한 시간이 사그라지고 있어요
알록달록 풍선을 몇 봉지 더 사왔지요
내 배란주기보다 짧게 살다가는 생을 위하여
몸 가득 오색바람 채우고 날아오르기 위하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