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생(前生)을 생각하다 - 서안나
책상서랍을 정리하다보면 책상의 前生이 보인다
책상표면에 매끄럽게 그려진 결마다
뿌리와 가지의 힘이 모여있다
나이테로 몰려든 경계와 경계를 넘나들던 힘들이
물을 빨아올리던 뿌리의 힘들이
나무의 옹이를 향해 제 몸을 둥글게 구부려가며
단단한 우주를 만들고 있다
중력을 떨치며 태양을 향해 방사선으로 피어나던 잎들이
숲을 지탱하던 나무들이 결국은 책상을 일으켜 세우고
있다
밤마다 책상에서 뿌리들이 뻗어 나와
오래된 기억들을 점자책처럼 더듬어 읽어간다
책상모서리마다 나사못들이 단단하게 조여져 있다
맞닿은 곳마다 숲의 온기가 생생하다
내 방엔 결가부좌한 책상의 前生이
서로의 몸을 껴안으며 살고 있다
밤새 먼지 내려앉은 책상을 손으로 쓸어보면
단단하게 조립된 생나무들의 숨결이
별에 닿고 싶었던 나무의 의지가
내 손가락에 묻어난다
내 손가락들을 들여다본다
나이테가 감겨있다
책상에 앉아 서랍을 닫으며
혹시 내가 나무가 아니었을까
나의 전생을 생각해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