분열의 역사 - 정채원
나를 반으로 자르셔요
동지 그믐달이 나를 낳았고
말복 태양이 나를 키웠으니
반씩 나누셔요, 어둠과 빛 교차하는
얼룩말 문양을 온몸에 새기고
음습한 달의 자식이라 불릴 때마다
막 떠오르는 달걀 프라이를 즐겨먹었지요
금사로 수놓은 태양신 가디건을 걸치고 다녔지요
월병은 어쩐지 입에 대기도 싫었어요
한 입 깨물면 검은 치마 위에 우수수 부서져 내리던 달과자
달빛 부서지던 밤이었나요
모서리에 부딪히기만 해도 가슴뼈가 무너지던 아이
흰자위 푸르스름한 아이가 창가에 앉아 있었지요
모래로 지은 집 문지방 밑엔 까만 쥐들 우글거리고
살얼음 낀 달빛 아래
마당 조각 조각 잔금 긋던 튤립나무 빈 가지들
성당이 서 있는 바닷가 언덕
밤바다 잔뜩 거품 물고 달려오고, 오늘도
플라나리아 분열하듯 나는 또 나를 낳지요
낯선 두 여자가 샴쌍둥이처럼 등을 맞대고 킬킬거리는 밤
좌심방엔 푸른 피가 우심실엔 붉은 피가 굽이치지요
피 한 방울 흘리지 않고
태양이 달을 꿀꺽 삼키는 그날을 위해
달은 매일 동쪽 방향으로 13도씩 이동하는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