철거반원들 - 이기헌
오래된 관습을 허물어뜨리는 일은
철거반원들의 몫이다
사고뭉치는 포크레인으로 퍼낸다
산소용접기로는 억센 논리를 녹여야 한다
긴 세월의 침묵을 내리치는 데는 해머가 제격이다
부서지고 깨뜨려질 때마다
쾌쾌하게 밀려오는
어떤 반항의 기운을 외면할 수는 없다
조각나 없어지는 것들의 허무함을
그런대로 잘 다독거리는 일도 필요하다
철거반원들의 고민은 거기에서 시작된다
선별적으로 일을 처리해야 한다
좀 우직한 것들은 고철수집소로 보낸다
오래된 상념의 목재들은 소각장으로 가야 한다
철거반원들은 좀처럼 인정의 끈을 묶지 않는다
오랜 세월 사람과 사람을 가로막았던
침묵의 벽을 무너뜨릴 때
약간의 흔들림은 감지되지만
이내 한 번의 두들김으로, 벽은
과거를 회상할 틈조차 없이 무너져내린다
세상의 끝자락에는 늘
고독한 철거반원들이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