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 개의 손 - 최금진
울고 싶고, 누구도 용서하기 싫고,
높은 데 올라서면 뛰어내리고 싶고,
차를 보면 달려들고 싶다고
빌딩숲에 내리는 눈발을 보며 당신은 말했다
사람은 가장 위험한 순간에 사람을 설득할 수 없다
우울한 당신의 목에 밧줄을 걸어주는 것은
안락사일까 아닐까
차라리 같이 죽자고 울던 당신 어머니의
우울증 속에서 돋아난
밤이면 몰래 당신을 쓰다듬는 손은
천수관음처럼 손가락이 천 개일 것이다
인터넷 자살사이트를 가슴에 저장하고 사는 당신,
베란다 난간에 반쯤 걸쳐진 당신을 붙잡는 내손은 턱 없이 모자랐으나
당신은 울면서 내게 말했다
날 그냥 놓아줘, 제발!
눈발은 아래로 아래로 미끄러지고
당신과 나는 총체적으로 현명하게 진화해온
호모사피엔스,
차마 놓을 수 없는 어떤 본능으로
나는 당신을 붙들고 있었다
한 번도 본 적 없는 당신 어머니의
천 개의 손으로 당신을 힘껏 붙들고 있었다
적어도, 너는, 사람이다, 이러면, 안되는 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