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로섬 게임 - 박연숙
1
단물 빠진 여자가 신발뒤축에 달라붙어 치근거린다
반들거리는 타일 바닥을 움켜쥐고
놓지 않으려는 여자
지하도 회랑을 따라 걷는 동안에도
그녀의 미련은 떨어질 줄 모른다
수십 번 타일 위에
같은 모양으로 복제되는 여자
먼지와 발자국이 덮이면 시커먼 바닥에
납작 붙어서 생을 체념하는 여자
그녀를 질겅거리다
뱉어버린 사내는 누굴까
2
하마사키 아유미가 지하철 벽에 달라붙어 치근거린다
간편한 디지털카메라의 몸으로
웃고 있는 여자
전철을 타고 가는 동안에도
그녀의 시선은 떨어질 줄 모른다
수많은 눈동자에게
같은 모양으로 복제되는 여자
서 있던지 누워 있던지
눈빛을 체념하지 않는 여자
그녀는 껌처럼 늘러 붙어 제로섬을 향해
전철의 속도로 달려가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