물가에서- 박민수 (1944~ )
물가에 앉아
잠시 몸을 쉬노라니
물 속 그림자 드리운 들꽃 하나
짓궂게 제 몸 흔들며 나에게 농을 걸어오네
내 그림자 물속에 섞여 들꽃과 구별 없으니
그 농 받아 나도 몸을 흔드네
물은 조용하여도
물속 나라 그림자들끼리 한데 어울려 떠들썩하니
한참 동안 내가 나를 잊은 것을 내가 모르네
허허 이런 요지경 세상이 있다는 것을
사람들이 모르네
물아일여를 말하지 않으리. 조화·화해를 말하지 않으리. 그로테스크를 말하리. 들꽃 그림자 하나와 시적 화자의 그림자가 ‘물속’에서 몸을 섞고 있으니까. 식물성과 동물성이 몸을 섞고 있으니까. 시적 화자는 ‘한참 동안’ 몰아지경에 빠져있다고 했다. 사실 그로테스크한 현실이다. ‘요지경 세상’이다. 바야흐로 이종 교배의 시대, 하이브리드의 시대 아닌가. <박찬일·시인>
물가에 앉아
잠시 몸을 쉬노라니
물 속 그림자 드리운 들꽃 하나
짓궂게 제 몸 흔들며 나에게 농을 걸어오네
내 그림자 물속에 섞여 들꽃과 구별 없으니
그 농 받아 나도 몸을 흔드네
물은 조용하여도
물속 나라 그림자들끼리 한데 어울려 떠들썩하니
한참 동안 내가 나를 잊은 것을 내가 모르네
허허 이런 요지경 세상이 있다는 것을
사람들이 모르네
물아일여를 말하지 않으리. 조화·화해를 말하지 않으리. 그로테스크를 말하리. 들꽃 그림자 하나와 시적 화자의 그림자가 ‘물속’에서 몸을 섞고 있으니까. 식물성과 동물성이 몸을 섞고 있으니까. 시적 화자는 ‘한참 동안’ 몰아지경에 빠져있다고 했다. 사실 그로테스크한 현실이다. ‘요지경 세상’이다. 바야흐로 이종 교배의 시대, 하이브리드의 시대 아닌가. <박찬일·시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