얼음은 날개를 가지고 있다 - 박주택 (1959~ )
두 개의 눈이 있다 하나의 눈은 그의 아버지의 것이다
또 하나의 눈은 그의 것이다
처음, 아버지로부터 그가 유습한 것은 수평이었다
넓고 딱딱한 어금니, 폐였다 광야였다
그리고, 들소를 뜯어먹고 몸속에 자라는 산맥이
그를 깎은 절벽으로 만들었다 그곳에는 얼음이 붙어있다
그는, 육체로 정신을 배반하지 않았다
팽팽히 육체를 당겨 절벽으로 만들었다
마침내, 눈 덮인 산맥을 사납게 휘몰아쳐
그 스스로 수직의 아버지가 되었다
‘아버지 눈’과 ‘시적 화자 눈’의 변증. “수평”과 “수직”의 변증. “육체”와 “정신”의 변증. 그러나 여기에도 ‘이항대립체계(二項對立體系)의 특징’이 있다. 이항대립이되 한쪽에 대한 한쪽의 우위가 있다. “육체를 당겨 절벽으로 만들었다”는 정신의 우위를 말하는 것이다. 절벽은 정신과 깊게 관계한다. 수직은 정신과 깊게 관계한다. 박주택 시의 남성성이 확인되는 순간이다. 첫 시집 『사막의 별 아래에서』 서시이다. <박찬일·시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