종이비행기 접는 은행나무 - 장종국
늦가을부터 통일로 삼거리에 허리 구부려 뒤돌아섰는
은행나무 거동 수상쩍더니
풍향이 북풍으로 바뀌면서 앓고 있는
신음소리가 예까지 들렸으니
무서리 흠뻑 적신 앞가슴 풀어 종이비행기 마구 날리네
노랗게 콩기름 바른 종이비행기 날갯죽지 속에
짝사랑 못다 푼 말 숨어 입 다문
종이비행기 재료는 지난해 단위농협에서 얻어 온
돋보기 없이 잘 보이는 대문짝만큼 커다란 마지막 월력일세 그려
아무것도 걸치지 않고 기다림으로 서 있는
은행나무 꿈 속 짝사랑이 전하는 말
초록 잎으로 돋아 노란 열매로 맺으련만
종이비행기 날개 속에 감추어진 비밀
돌아오지 않는 다리 건너 임진강물에 띄우고
녹슨 철조망에 수달 콧구멍처럼 뚫린 경의선에도 실리고
규정속도 나 몰라라 색안경 쓰고 마구 달리느 아줌마에게 살짝 던지고
우체부 아저씩 딸딸이 가방 속에 쑤셔 넣기도 하고
관광버스 차창으로 황홀하게 바라보는 여행객의 가슴 속에 저미고
멍하니 서서 기다리는 통일로 삼거리에 은행나무 졸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