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동나무의 꿈 - 손홍일
정월 대보름
달빛으로
동창(東窓)에 얼비춰진
앙상한 오동나무 가지
그 오동나무
허락도 없이
따뜻한 안방 아랫목에
살그머니 들어와 앉아
한여름
둥글고 넓은 무성한 나뭇잎 생각하고
20년 후 거목(巨木) 되어
포근한 융(絨)포대기에 누워 있는
갓 태어난 아기에게
영롱한 자개 오동나무 장롱
만들어 줄 것 꿈꾸며
예쁜 아기 얼굴 어루만지고
자장가 불러 주다가
색색 잠든 착한 애기 곁에
팔베개하고 아기와 함께 잠들었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