삶이 자각되는 순간 - 이용우
옛 반쟁이 들판을 끼고 흐르는
모전천변을 따라 오르면
유현한 유곡 속깊은 골짜기서 원천수 솟아나와
수맥 넘쳐나는 수량이
솟아오른 반정천(盤井川)에 합수되어
맑고 시원함이 배가 된다.
강에서 올라오는 고기 떼들이
흐름에 역류로 뛰어 생명으로 빛난다.
언덕에 앉아
반쟁이 들판에서 불어오는 바람을 등으로 맞으며
저쪽 천변을 바라보니
물새들이 놀란 듯 푸드득 서쪽 하늘로 난다.
철새들은 무리 지어 노을 속으로 사라진다.
노을이 따스하게 다가온다.
타오르는 노을이 아름답다.
시간의 저쪽에 놓여 있는 사람들을 생각한다.
시를 쓰고 마음을 열고 간 사람들,
언덕을 넘어가던 사람들,
나와는 마음을 맺으며 스쳐간 이들,
그들 마음에 화평 있길 바라는 마음 간절하다.
내 열려진 문으로 한 줄기 희망처럼 시가 떠오른다.
삶이 자각되는 순간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