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닷가 소묘 - 최정인
가이사라 바닷가의 해가
수평(水平)에 머물듯하다가
검푸른 지중해에 금세 섞인다.
그때 핏빛을 머금은 어둠이
석무(夕舞)를 타고 밀려와
갑자기 연안을 때린다.
헬라와 로마, 땅 끝까지
상채기가 있는 곳이면
어디나 달려가서 덮치는
정밀(精密)한 어둠!
그때 해롯대왕의 실루엣이
로마황제 아우구스티누스 게사르의
묘지앞에서 헌화를 한다.
오오, 가이사라는 가이사라는
예수를 십자가에 못박은
본디오 빌라도가 살던 항구도시다.
오랜 세월 버티어 온
어둠의 유전(遺轉)이
비로소 본색을 드러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