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듬거리는 마당 - 吳世卓
더듬거리는 마당
영욕으로 무늬진 서재 앞에 조아리면
보람이던 필묵(筆墨)은 앙상해진 노리개.
수선거리던 푸른 세월엔
저승의 피안을 거니는 환상 가득히
슴벅이던 사랑
구슬마냥 곱게 이어왔었는데……
저물어서
더듬 더듬거리는 마당
녹 나기 저어하던 슬기 묻어 보아도
손짓하는 갈망의 세월
사랑의 흐느낌 깊어만 가고,
뒤적이던 잠자리 어지럽지만
번하게 트이는 새벽
어제도 그랬듯
시든 가슴 달래 줄 산책길이 그리워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