폐가 - 이한영(자운)
집이 떠내려가고 있다
군데군데 흙벽 떨어져
앙상한 늙은 집.
더 이상 세상을 못 버티고
격류에 몸을 맡겨 버리는구나.
울고 웃으며 살던 지난날
삶의 무게 모두 내려놓고
기우뚱거리며 세월 위를
나처럼 흘러가네
언손 녹여 주던 아랫목
등잔불 심지 돋우며
아늑했던 날도 있었지
견디지 못할 세월의 주름살이여
이제는 휘어진 등뼈
삐걱거리는 관절
감기지 않는 두 눈
그 속에 혹시 나도 있느냐 물으니
물도 집도 사람도 아무도 없다며
나를 지나
벌써 저만큼 흘러가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