환(幻) - 염화출
봄비는 비색(翡色)이다
눈망울 틔운 가지에 손을 얹은 나는
한낮의 신열이 빚은 빗소리를 기억한다
내 이마에
잔 빗방울도 튀고
나무들 눈자위에 핏발이 서면
우산을 펴지 않은 채
젖은 문 밖에서 술잔을 들어올릴 뿐
명자꽃 나무 아래 꽂히는
가시에 대하여, 그리고 가시에 꽂히는 뿌리에 대하여
날지 못하는 고양이에 대하여
한 걸음 더 멀어지는 풍경에 대하여
여자의 눈길에도 비는 내리는지
우주정거장에서 여자는 과연 김치름 먹었는지
비 내리는 별들의 공간에서 웃고 있는
여자의 그 에너지
나를 비추지 못하는 여자가
벨트에 묶여
있다